해피해킹 프로2 키보드

해피해킹 프로2의 죽음
주 절 주 절 | 2009/03/03 23:04 | by ozzyz

집에서 쓰던 해피해킹 프로2 키보드가 고장 났다. 술 마신 날 미쳤다고 비눗물에 풍덩 담가 수세미로 박박 닦았다. 깨끗해졌다고 좋아했다. 그렇게 컴퓨터에 연결했더니 인식이 안됐다. 그래 그럼 말려야겠군. 그러고선 라지에이터 위에 올려놓았다. 결국 키보드 상판이 다 녹아 눌어붙었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부비고 엉망이 된 키보드를 바라보았다. 오. 우와. …

허지웅 @ozzyzzz 나도 해피해킹 키보드를 써보지 않은 이들이 키감에 대해 논할 때 개입해서 일반화시키고 싶은 충동을 갖지만 니들 처럼은 안한다. 엄마와 아빠가 …

허지웅 씨의 글을 좋아해서 그의 블로그에 종종 들어가보는데 이따금씩 해피해킹 관련글이 올라온다. 심지어 키보드매니아에는 박박닦고 라지에이터위에서 녹여버린 문제의 해피해킹 사진도 본인이 직접 올린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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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인 허지웅 씨가 그렇게 극찬하던 해피해킹 키보드. 궁금했지만 한국에서 구하기엔 너무 비싸서 살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일본 출장길에 구매를 하게 되었다.

원래는 그렇게나 비싼 제품이 아니었다고 한다. 문제는 환율이 몇번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발생했다. 기름값처럼 오를 때는 환율따라 가격이 잘 오르다가 내릴 때는 환율따라서 안내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해피해킹 키보드 가격은 1.5배 정도 올랐다고 하는데, 엔화가 나날이 최저가를 경신하고 있는 요즘에도 해피 해킹 키보드의 정품 정발 가격은 35만원이다.

일본 요도바시 카메라에서 해피해킹 프로2는 18,858엔

나는 출장 중, 일본의 대표 대형 전자상가인 요도바시 카메라에서 구매했다. 가격은 19,800엔. 외국인이라면 여권을 제시하고 세금을 빼고 살 수 있어서 (5% 할인) 혜택을 받았더니 총 18,858엔으로 구매했다. 해피해킹 프로2는 키캡에 알파벳 각인이 되어있는 백각/먹각 제품과 각인이 없는 백무각/먹무각으로 총 4가지 종류가 있다. 이 때, 해피해킹 키보드의 백색은 원래 다소 누런색이니까 오래된 제품을 꺼내왔다고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기계식 키보드에 관심을 가질 때 쯤, 검색만 했다하면 죄다 일본산 기계식 키보드였다. 그래서 일본에 있는 전자상가를 가면 거대한 기계식 키보드 진열장을 볼 줄 알았는데, 의외로 굉장히 협소했다. 하지만 해피해킹 4가지 종류 모두를 타건해볼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 출국할 때, type-s를 살지 프로2를 살지 고민했었는데 일본에 도착해서 다니다보니 헛된 고민이라는 걸 깨달았다. 전자상가의 기계식 키보드 구역이 작기 때문에 프로2 라도 온전히 4가지 종류가 다 디피되어 있음에 감사해야했다. 이후에 몇번 일본의 전자상가를 돌아다니면서 type-s는 한번도 보지 못했다. 해피해킹 이외에는 밀러터리 하우징이 된 마제스터치가 판매되고 있었다.

해피해킹 프로2 백각과 흑각의 키감 차이

매장에서 4가지 종류의 해피해킹을 타건하면서 느낀 점은 신기하게도 백각과 먹각의 타건감 차이가 있다는 것. 백각,백무각이 먹각,먹무각에 비해서 더 통통튀는 반발력이 강하다. 여러 번 타건 후, 나는 백무각을 선택했다.

해피해킹의 토프레 스위치는 참 특이하다. 지금까지 써본 기계식 키보드는 필코 마제스터치2 갈축과 레오폴드 FC700R 청축이 있는데, 며칠 사용하면서 “먼 길을 돌아가지 않고 더 빨리 왔어도 괜찮을 뻔 했다.”고 생각했다. 해피해킹을 쓴 지 2달 쯤 되어가는 지금 갈축과 청축은 다 중고로 판매했다.

해피해킹 뒷면에는 Alt Control Caps등의 키 조합을 변경할 수 있는 스위치와 USB허브가 있다. 구입하고 첫 날 맥북에 연결하기 위해 2번 스위치를 ON한 뒤로는 한번도 스위치 덮개를 열어보지 않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