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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ILCO 마제스터치2 닌자 넌클릭(갈축)
    Review/IT 2012. 4. 29. 00:39

    흔히, 일반적이지 않고 가격이 비싼 제품들은 허세의 영역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 매니아틱한 제품은 겉으로 큰 차이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의 비난을 받을 때도 있지만 직접 써 본 사람은 다르다는 걸 안다.

    나는 이어폰을 사면서 처음 알았다. 괜찮은 이어폰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찾은 게 ‘Apple InEar’ 였다. 매니아들에게는 입문 정도의 평가를 받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이어폰이래봤자 거기서 거기지’하는 내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기엔 충분했다.

    기계식 키보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루종일 컴퓨터를 사용하는 직업을 가지다보니, 자연히 하루 종일 다루는 모니터라던가 마우스, 키보드 등 컴퓨터 주변 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중 ’기계식 키보드’는 가장 남자답고 매니아다운 STUFF다!

    본래 펜타그래프 형식의 키보드를 오래 써왔었다. 오랫동안 노트북을 쓰다보니 노트북 키보드의 낮은 키압과 높이가 익숙해져서 데스크탑에서도 같은 방식의 키보드를 선택했다. 특히 요즘 펜타그래프 키보드는 애플의 영향으로 아이솔레이트 방식으로도 많이 나오는데, 미학적으로도 훌륭하다. (여담이지만, 사실 아이솔레이트 방식은 소니가 개발했다고 함.)

    펜타그래프 키보드를 쓰면서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오른쪽 약지였다. 타이핑 습관 때문인지는 몰라도, 오른쪽 약지는 자꾸 손끝이 아니라 손가락 바깥면으로 누르게 되서, 타이핑을 오래 하다 보면 손마디가 아프다. 새끼 손가락이 자꾸 휘어져 버릴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어느새 키보드를 바꿔볼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다다랐다.

    사실 가격대가 만만한 제품은 아니다. (10만원 대) 최근 기계식 키보드를 구매하고자 한다면 아마 아래 2가지 모델이 최종적으로 꼽힐 것이다.

    1. 필코 마제스터치2 닌자
    2. 레오폴드 FC700R

    글을 쓰는 2012년 4월 기준으로, 1. 마제스터치는 16–17만원 대, 2. FC700R은 13–14만원의 가격대인데, 두 제품의 특징을 간단히 요약하면

    1. 필코사는 전통적으로 기계식 키보드를 제작해오던 회사로,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으며,
    2. 레오폴드사의 FC700R은 고급 제품에서 활용되는 키캡을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합리적인 가격대다.

    두 제품의 성능 차이가 있진 않으며, 사실상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되는데 나는 1. 필코사의 마제스터치2 닌자 에디션을 선택했다. (그리고 나중에 방에서 쓸 용도로 결국 FC700R도 구매하게 된다.)

    처음 구매할 때, 키캡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키캡의 상단이 아닌 측면에 각인된 닌자 에디션 스타일이 꽤 멋있다. 키보드가 오래 사용하다보면 인쇄된 활자가 떨어지면서 더 지저분하게 보이는데 그런 점에서도 자유로워 보인다. 내가 구매한 제품은 갈축으로,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제품인데, 흔히 기계식 키보드의 4가지 축 종류에 대해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1. 청축 혹은 클릭: 타이핑시 경쾌한 클릭음이 난다.
    2. 갈축 혹은 넌클릭: 클릭음이 나지 않아, 사무실 등 공용공간에서 사용하기 적합한 방식. 흔히 표현되는대로 ‘서걱서걱’ 소리가 난다는 특징.
    3. 적축: 청축,갈축과 다른 방식으로 (리니어) 타이핑이 가벼워 구름타법이 가능.
    4. 흑축: 리니어 방식으로 적축에 비해 키압이 높고 깊게 눌러야하는 대신 누르는 맛이 있다. (장시간 타이핑엔 부적합한듯)

    갈축을 산 이유는 아무래도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쓰기 위해서다. “아무리 그래도 기계식이면 청축이지!”하는 생각으로 청축을 샀다가 낭패 본 사람들 이야기가 많다. 그 조용하다던 갈축도 일반 키보드보다는 확실히 소리가 큰 걸 봤을 때, 충분히 그럴만하다. 갈축은 청축과 같은 클릭음이 없더라도 서걱서걱하는 소리가 기존 키보드에 비해 확실히 크게 나므로, 사무실이 조용한 분위기라면 괜히 키보드를 조심스럽게 치게 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타이핑감은 기존 다른 방식의 키보드와는 비교를 거부한다. 손도 편하고, 타이핑하는 맛도 있다. 항상 그렇듯이 이런 작은 차이는 막상 사용할 때는 잘 모르고, 이전에 사용하던 키보드를 쓰면 안다. 손이 아프고 타자가 느려진 것 같은 느낌… 꽤 재미있던 점은 몇년을 사용한 키보드보다 며칠을 사용한 기계식 키보드가 더 편했다는 건데, 이정도면 장점은 충분히 설명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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